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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수면의 질, 좋은 잠을 위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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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친구나 동료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일 때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잠 잘 못 잤어?"

영어 관용어에도 이런 말이 있다.
'get up on the wrong side of bed'
미드에서 가끔 누군가가 기분이 괜히 안 좋아 보일 때 나오는 표현이다.

나 역시 그동안 수면 시간, 수면의 질이 사람의 심리, 그날의 컨디션을 좌우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에 앞서 그렇게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있었다.

여기 수면의 질과 사람 특히 직장인의 심리를 연구한 논문이 있다.


정서적 고갈과 수면의 질의 관계에 대한 심리적 분리의 매개효과


수면은 인간의 삶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로, 신체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매일 일정 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 수면을 활동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수면은 다음 날 잘 기능하기 위해 뇌를 쉬게 하여 에너지를 충전하는 역동적인 과정이다(Hobson, 2005).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양질의 수면 부족은 개인의 면역력을 약화시키고(Irwin, 2015), 알츠하이머의 발병 확률을 높이는(Ju, Lucey, & Holzman, 2014) 등 개인의 건강을 위협한다. 또한, 조직 장면에서는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사고나 부상의 위험을 높이며 (Åkerstedt, Knutsson, Westerholm, Theorell, Alfredsson, & Kecklund, 2002), 종업원의 생산성을 저하시켜 (Kantermann, Juda, Vetter, & Roenneberg, 2010) 조직에 경제적 손실을 불러오므로 양질의 수면 부족은 개인을 넘어 조직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면이 개인과 조직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직무 스트레스로부터의 회복에 대한 연구에서도 수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직무 스트레스로부터 회복하는 것은 직무요구와 일 관련 스트레스에 의해 생긴 신체적, 심리적 긴장을 감소시키거나 제거하는 과정(Craig & Cooper, 1992; Meijman & Mulder, 1998)으로, 지치고 피로한 몸과 마음이 스트레스를 받기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Park et al., 2011)을 의미한다. 수면이 개인의 기능 체계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과정이므로 수면은 그 자체로 직무 스트레스로부터 회복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Zijlstra & Sonnentag, 2006). 실제로 수면은 직무 스트레스로부터의 회복과 개인의 웰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면 낮은 질의 수면을 경험한 사람은 6주 후 심신의 건강상 더욱 많은 문제를 보고한 반면(Pereira & Elfering, 2014), 양질의 수면은 자기 전 부족했던 회복을 보충할 수 있다(Sonnentag, Binnewies & Mojza, 2008). 따라서 양질의 수면은 종업원의 회복과 웰빙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직장인들의 수면의 질은 다양한 직무 요인들과 관련되어 있다. 수면의 질은 직무 요구와는 부적으로, 직무 통제와는 정적으로 관련되어 있으며(Van Laethem et al., 2013), 교대 근무나 야간근무 등 업무 일정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Linton et al., 2015). 다음 날 높은 수준의 직무 요구가 예상되는 것과 같은 직무 관련 스트레스 요인은 수면 장애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기도 했다(Åkerstedt, 2006). 직무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인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비적응적 반응인 직무 스트레인(job strain) 역시 수면의 질과 부적으로 관련있다(Cropley, Dijk, & Stanley, 2006). 특히, 직무 스트레스 요인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경험하는 직무 스트레인인 직무소진은 수면의 질과 관련이 있다. 그중에서 직무소진의 초기 반응이자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서적 고갈은 수면의 질과 부적인 관련성을 보였으나(Vela-Bueno et al., 2008; Ekstedt et al., 2006), 변인 간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심리적 기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다만, 퇴근 후 잠들기 전까지 여가시간 동안 여러 경험들이 존재하고, 직장인들은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업무 중 고갈된 자원을 충전하고 부가적인 자원 고갈을 막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려 할 것이다(Sonnentag & Zijlstra, 2006). 따라서 퇴근 무렵 정서적 고갈이 이러한 경험들에 영향을 미쳐 수면의 질을 낮출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 주로 의학이나 정신 병리학에서 정서적 고갈과 수면 간의 관계를 다루었다. 수면의 질은 특히 불면증을 위주로 연구되었으며, 정서적 고갈로 인해 불면증을 경험하는 사례들이 연구되었다. Vela-Bueno 등(2008)은 직무소진이 높은 집단에서 불면 증상을 더욱 보였으며, 수면의 질이 낮았음을 보고하였다. 또한, Ekstedt 등(2006)도 직무소진의 정도에 따라 집단을 나누어 수면의 질의 차이를 살펴보았는데, 직무소진이 높은 집단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각성 상태가 높기 때문에 자다가 자주 깨는 등 수면의 질이 낮았다. 또한, 정서적 고갈과 수면 문제(sleep complaints) 간에는 인구통계적인 특성이나 직무유형과는 관계없이 일관된 정적 관련성을 보였다(Brand, Beck, Hatzinger, Harbaughm Ruch, & HolsboerTrachsler, 2010).

본 연구는 이전의 연구에서 한 발 나아가 정서적 고갈과 수면의 질 사이를 매개하는 심리적 기제로써 심리적 분리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개인이 직무 스트레스에 노출될수록 스트레스부터 회복하고자 하는 욕구인 회복 욕구(need for recovery; van Veldhoven & Broersen, 2003)를 느끼지만, 실제로 회복을 위한 회복 증진 프로세스(recovery-enhancing process)가 잘 작동되지 않는 회복 역설(recovery paradox; Sonnentag, 2018) 현상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회복 역설이란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된 개인은 자신의 회복을 우선시 여긴다는 기존의 관점 과는 달리 실제 회복과 관련된 활동이나 경험을 적게 하고, 수면의 질도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퇴근 무렵 정서적 고갈을 경험하는 기혼 여교사들은 퇴근 후 회복하고자 하는 욕구는 높지만, 업무 중 경험한 부정 정서가 퇴근 후에 지속되고, 일과 관련된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를 조절하는데 필요한 자원이 고갈되었기 때문에 정작 회복을 위한 심리적 분리를 잘 못하게 되고, 양질의 수면을 취하지 못했음을 보였다.

 

 

김보람, 석혜원, & 장재윤. (2021). 정서적 고갈과 수면의 질의 관계에 대한 심리적 분리의 매개효과. 한국심리학회지: 일반, 40(2), 214-215, 219, 227-228, https://doi.org/10.22257/kjp.2021.6.40.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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